책 럭키 드로우 _ 드로우앤드류 지음
독서모임에서 역행자를 읽고 얘기하다가
드로우 앤드류 채널 얘기가 나왔다.
다른 멤버들은 다들 아는 유튜버였고, 매우 극찬을 했다.
나는 모르는 채널이였기에 이름을 여러번 물어보고서야 제대로 채널이름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영상보다 책이 편한 나는 책을 읽게 되었다.
럭키드로우
다 읽고 나서 영상도 몇개 찾아봤고, 남편도 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굳이 또 종이책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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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나는 적당히 공부한 것으로 평생직장(과연 그런가 모르지만) 구해서 정년까지 다니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산다.
그럼에도 남편은 예전에(무려 대학교 시절이면 20년 전에) 준비했던 자격증에 대한 미련을 아직도 못버리고
그 분야 스터디까페를 여전히 들락거리고 올해 최연소 합격자 최연장 합격자를 찾아보면서,
자기도 아직 가능한 나이인가를 따져보고 있다.
어느 날에는 그 보다 낮은 진입 장벽이 있는 수험공부를 하겠다며
(무려 10년 목표로, 퇴직 대비, 일찍 합격하면 회사 그만둬야하니 안된다며)
아주 무겁고 두꺼운 책을 사더니 공부는 안하고 공부하는 방법만 읽고 있다.
내가 제발 절대 수험공부는 하지말자고 했다. 전문직이 되기 위해 하는 공부 이제 그만하자고,
성공하기 위해 자격증을 따는 시절은 이제 지나갔다고
괜히 공부하다간 스트레스 받고 늙는다고
그냥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자.
굳이 뭔가를 하겠다면 차라리 제빵사 자격증을 따라고 잔소리 중이다.
여튼 남편이 어서 저 전문직에 대한 꿈을 깨길 바라는 마음에 일독을 권했다.
남편과 나의 공통된 독후감은 이거였다.
아! 우리 아들도 이렇게 컸으면 좋겠다.
퍼득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우리 자식에게 바라지 말자고 우리라도 꿈을 찾아 좋아하는 일 하면서 남은 인생 살아보자! 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인생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책
지금까지 내가 믿고 의지했던 '안정성이 최고야!' 하는 내 인생관이 아주 많이 흔들렸던 책이였다.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게 뭔지 알 수 없고, 그걸 찾아내서 돈을 벌어보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냥 지금 다니는 회사를 10년 정도 더 잘 다녀보자! 이게 목표다.
그럼에도 이 책에서 말하는 개인 브랜딩, 꿈, 좋아하는 일, 성공에 대한 얘기에
마음이 조급해진 것도 사실이다.
특히 이 책에서 나를 사로잡은 것은 워라밸에 대한 태도를 새롭게 정리 한 부분이였다.
<무기력은 점점 나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중에서
회사에서 퇴근하는 순간 시작되는 일로부터의 해방.
그렇게 일과 분리된 나만의 삶을 즐기며 일과 삶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진정으로 나를 위한 길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마치 내 삶을 희생하는 시간처럼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일하는 시간은 무조건 나쁜 것이고 집에서 쉬는 시간만이 좋은 것이라는 강박관념이 나를 사로잡았다.
일과 삶이 서로 대립하며 어떻게든 일하는 시간을 더 줄여야 한다는 압박감이 점점 심해졌고,
그럴수록 회사 업무는 더욱 소홀히 대했다...
워라밸을 지킬수록 역설적으로 나의 우울증은 더욱 심해졌다.
<워라밸을 지키면서 성공을 바라는 건 욕심일지도 모른다> 중에서
일은 나의 행복을 갉아먹는 '나쁜 것'이고, 그에 반해 삶은 내가 조금이라도 더 챙겨야 할 '좋은 것'이라고 맹신했다. 결국 일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삶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나날이 지속되었고 나는 그저 남들보다 빨리 퇴근하는 데에만 열을 올리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는 원래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
일은 내 삶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었고, 내 삶의 의미를 찾아주는 활동이었다. 그랬던 내가 일과 삶을 분리시켜 억지로 균형을 맞추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보니 일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삶에 만족하는 것도 아닌, 아주 애매한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그대부터 나는 회사 안에서의 삶이 있고 회사 밖에서의 삶이 있듯이, 회사 안에서의 일이 있고 회사 밖에서의 일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 그 일을 좋아하는지의 여부이지, 일 자체를 나쁜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나는 게으른 게 아니었다. 그저 그 일을 그렇게 열심히 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워라밸을 고수하다가 무기력에 빠진 내 얘기라서 매우 공감이 갔다.
나는 이것을 어떻게 극복해야할지 몰랐다(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하루 하루 버티고 퇴근시간을 기다리고
중간에 휴가를 쓰고 주말이 오고 한달이 가고 분기가 끝나고 반기가 지나가고 또 새로운 해가 시작되고
이것을 10년을 넘게 하고서도 여기에서 탈출하려는 시도조차 안했다는 것을 알았다.
알았는데, 이제 알았기때문에 더욱 갈팡질팡이다.
그래도 이것을 알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또 안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남았고, 이것을 이젠 잊지않고 꽉 잡아야겠다는 다짐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