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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페스트의 밤_ 오르한 파묵

여름 날 2022. 8. 23. 06:29



이 책은 페스트를 소재로 한 소설로서 전 세계적인 코로나19를 겪고 난 지금 이 시기라서 내용이 흥미로울 것 같았다. 그러나 책의 분량이 매우 길었고 낯선 지명, 등장인물의 어려움 이름 덕분에 읽는데 힘들었다. 특히 초반에는 '파샤', '파디샤', '파키제', '룸', '셰이크', '하즈' 이런 단어들이 매우 혼동되었다.

소설의 배경은 1900년대, 오스만제국이 점령한 지중해의 섬 민게르다.
민게르는 한때 그리스 관할이였다가 오스만 제국에 통합된 것으로 나오고
국민의 절반은 무슬림, 절반은 기독교로 국민들간의 종교문화적 갈등이 있다.
이 섬에 페스트 전염병이 퍼지고 방역을 위해 파키제 술탄과 그의 남편(부마)인 의사 누리가 파견된다.

민게르 정부에서는 2인이상 모임 금지, 정기적인 소독, 밀접접촉자와 감염 의심자의 격리, 페스트 발생지 즉시 소각 등의 방역정책을 펼치지만,
국민의 무지와 종교적 믿음 때문에 페스트는 더 심하게 퍼져나간다. 결국 본국에서는 민게르섬을 봉쇄하였고 그 속에 남겨진 사람들은 민게르 민족과 섬의 독립을 선언하게 되는데,
이후 폭동으로 지도자가 종교인으로 바뀌면서 방역을 해제하고 페스트로 더 많은 사람이 죽고 나서
파키제 술탄이 여왕으로 추대된다. 이 모든 과정은 100일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숨가쁘게 일어난다.

책에서 소개되는 방역 사례들은 우리가 지난 2년 동안 팬데믹 상황에서 겪은 얘기들이라서 매우 친숙하게 느껴졌다.
또한 국가의 방역시스템이 정치와 종교가 부딪히는 지점에서 어떤 갈등이 생기는지를 세세하게 묘사해주어서 백년전 허구소설이지만 매우 사실적이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 책은 여성 화자가 얘기하는 점에서 특색이 있었다. 짧은 기간 동안 유럽제국주의 국가들과 오스만 제국의 패권 다툼의 상황과 오스만 제국의 멸망 직전의 역사적 상황을 보여주면서 그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작은 민족의 독립사를 다루는데, 그것을 여성의 시선으로 다룬다. 파키제 술탄이 언니에게보낸 편지를 기초로 작성되었다고 소설 속 여성 화자는 설명한다. 당시 무슬림 세계에서 왕족이라 할지라도 여성이 자신이 목소리를 내기 힘든데, 주인공 파키제 술탄은 이스탄불을 벗어나서 민게르에서 정치적 목소리를 내고 섬세한 리더십을 보여준다. 작가의 정체는 뒤에서 밝혀지는데 책의 마지막 장을 읽으면 다시 첫장의 서문을 읽게 되기도 했다. 문명의 충돌을 소설로 담아낸다고 하는 작가 오르한 파묵의 놀라운 세계를 체험한 뿌듯한 독서였다.
(무려 778쪽이라 더 뿌듯했을지도 모르겠다)

 

종이책으로 보는데 너무 두꺼워서 읽기가 불편했다.

그래서 결국 전자책을 구매해서 읽었고 나중에 하이라이트 부분을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도대체 왜 줄쳐놓은건지 이해 못할 문장들이 여러개...

그래서 남겨진건 딱 두개뿐.

 

불안이나 원한에 쉽게 사로잡히는 모든 사람처럼 기억력이 매우 좋았던 압뒬하미트는...<p.222>

 

사실 부자들과 교육받은 룸들 이외에 섬의 대다수는 도망치지 않았다. .....
섬사람들이 도망치지않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이 책에서 사실에 근거하여 설명할 끔찍한 재앙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몰랐으며, 상상조차 못 했기 때문이다. 곧 닥칠 재앙을 그들이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재앙이 일어났고, 역사가 구체적인 형태를 띠게 되었다.<p. 2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