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키우기

나의 강아지

여름 날 2022. 4. 27. 06:47

퇴근이 조금 늦었던 날, 집 앞에 다 와 가는데 내 앞에 아들이 보였다.

폰을 보면서 수영셔틀을 기다리고 있는데,

너무 반가운 마음에, 이름을 부를까 말까 망설이다가

평소 나 답지 않게 큰 목소리를 내어 아들의 이름을 불렀다.

"oo아~"

 

순간 우리 아들이 마치 귀여운 강아지가 나에게 달려오듯이

몸을 펄럭거리면서 눈에 눈웃음 가득 채우고 나에게 뛰어오길 한 3초쯤 했는데.

(이 모습이 정말 너무 너무 귀여워서 감동하려는 찰라)

 

저 멀리 내 뒤로 수영셔틀이 오는게 보였는지

아들은 나에게 다가오는 걸 멈췄다.

(아니 사실은 정신을 차렸나보다, 무의식중에 엄마한테 뛰어오다가 이게 무슨 애기 같은 짓이냐하는 생각이 들었나봄)

 

그래서 내가 빠른 걸음으로 아들 옆으로 갔더니

이때부터 아들은 나를 마치 귀찮은 개 취급하듯

아 왜??? 얼른 들어가!! 가!! 가!!!!! 가라구!!!

난리치며 애걸했는데

난 너무 귀여워서 청개구리 엄마처럼 셔틀 올때까지 기다려주고 싶었다.

 

그러나 너무너무 난리를 치며, 어서 집에나 들어가라고 해서

씁쓸하게 퇴장.

셔틀타고 창문 너머로 눈맞추면서 손 흔드는건 이제 추억 속에나 가능한 일임을 절감했다.

 

수영 끝마치고 집에 온 아들한테

농담반 진담반으로 "너 엄마가 창피해? 왜 셔틀 타는 것도 못보게 해?"

"아 엄마 쫌!! 그러지 좀 마!!!!!"

뭘 그러지 말라는 건지 이해할듯 하다가도 이해해주기 싫었다.

그러지 좀 마 = 밖에서 아는 척 하지마! / 밖에선 애기 취급하지 마!

 

왜 엄마가 못생겼어? 엄마가 어때서?? (질척대다가 방에서 쫒겨남)

아들에게 이제 어떤 엄마가 필요한지 잘 모르겠다.

아무말 없이 돈만 주는 엄마인 것 같아서.

돈 주는거 생색 안내고 잘 주는 엄마인것 같아서 현실 무시하고 싶다.

아우 첫째 너 이제 정말..강아지 아니고 다 큰 개(?) 느낌이야!

 

요즘은 어디 갈때도 아들은 안 따라나서니깐

딸 하나 키우는 것 같다.

그러다가 한번씩 아들이랑 싸우면서, 아 나에겐 아들도 있었지 되새기는 중

 

아직 나에게 남은 둘째 강아지

학교 끝나면 전화하고, 집에 도착했다고 전화하고, 엘리베이터 탔다고 전화하고

친구랑 놀이터에서 놀거라고 전화하고, 지금 집에 가는 중이라고 전화하고

수시로 나에게 또 아빠에게 전화해서 조잘조잘 대는 이쁜 딸.

 

어제 첫째 아들 영어 숙제 시키다가 거실에서 놀던 딸래미한테도 어서 빨리 씻으라고 화를 냈더니

"엄마 나한테 사과해!" "나 잘 못 한것도 없는데 나한테 갑자기 화냈잖아!"

너무나 맞는 말이지만, 난 이미 화가 났기에 아이 앞에서 계속 화를 내고 말았다.

 

다음 날 학교 끝나고 집에 올 시간인데 딸이 전화가 없었다.

내가 전화해서 어제 엄마가 화내서 엄마한테 전화 안하는거야 물어봤더니

"아니~ 난 어제 무슨 일 있었는지 다 까먹었는데?" 했다.

 

그러더니, 오늘 받아쓰기는 일단 100점이고, 수학은 3개 틀렸는데 5개 틀린 애들부터는 재시험이라며

지금 반팔입고 있는데도 너무 더워. 조잘조잘 잘 얘기해서 들어주는데 너무 사랑스러웠다.

시간 지났지만 꼭 사과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