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강아지
퇴근이 조금 늦었던 날, 집 앞에 다 와 가는데 내 앞에 아들이 보였다.
폰을 보면서 수영셔틀을 기다리고 있는데,
너무 반가운 마음에, 이름을 부를까 말까 망설이다가
평소 나 답지 않게 큰 목소리를 내어 아들의 이름을 불렀다.
"oo아~"
순간 우리 아들이 마치 귀여운 강아지가 나에게 달려오듯이
몸을 펄럭거리면서 눈에 눈웃음 가득 채우고 나에게 뛰어오길 한 3초쯤 했는데.
(이 모습이 정말 너무 너무 귀여워서 감동하려는 찰라)
저 멀리 내 뒤로 수영셔틀이 오는게 보였는지
아들은 나에게 다가오는 걸 멈췄다.
(아니 사실은 정신을 차렸나보다, 무의식중에 엄마한테 뛰어오다가 이게 무슨 애기 같은 짓이냐하는 생각이 들었나봄)
그래서 내가 빠른 걸음으로 아들 옆으로 갔더니
이때부터 아들은 나를 마치 귀찮은 개 취급하듯
아 왜??? 얼른 들어가!! 가!! 가!!!!! 가라구!!!
난리치며 애걸했는데
난 너무 귀여워서 청개구리 엄마처럼 셔틀 올때까지 기다려주고 싶었다.
그러나 너무너무 난리를 치며, 어서 집에나 들어가라고 해서
씁쓸하게 퇴장.
셔틀타고 창문 너머로 눈맞추면서 손 흔드는건 이제 추억 속에나 가능한 일임을 절감했다.
수영 끝마치고 집에 온 아들한테
농담반 진담반으로 "너 엄마가 창피해? 왜 셔틀 타는 것도 못보게 해?"
"아 엄마 쫌!! 그러지 좀 마!!!!!"
뭘 그러지 말라는 건지 이해할듯 하다가도 이해해주기 싫었다.
그러지 좀 마 = 밖에서 아는 척 하지마! / 밖에선 애기 취급하지 마!
왜 엄마가 못생겼어? 엄마가 어때서?? (질척대다가 방에서 쫒겨남)
아들에게 이제 어떤 엄마가 필요한지 잘 모르겠다.
아무말 없이 돈만 주는 엄마인 것 같아서.
돈 주는거 생색 안내고 잘 주는 엄마인것 같아서 현실 무시하고 싶다.
아우 첫째 너 이제 정말..강아지 아니고 다 큰 개(?) 느낌이야!
요즘은 어디 갈때도 아들은 안 따라나서니깐
딸 하나 키우는 것 같다.
그러다가 한번씩 아들이랑 싸우면서, 아 나에겐 아들도 있었지 되새기는 중
아직 나에게 남은 둘째 강아지
학교 끝나면 전화하고, 집에 도착했다고 전화하고, 엘리베이터 탔다고 전화하고
친구랑 놀이터에서 놀거라고 전화하고, 지금 집에 가는 중이라고 전화하고
수시로 나에게 또 아빠에게 전화해서 조잘조잘 대는 이쁜 딸.
어제 첫째 아들 영어 숙제 시키다가 거실에서 놀던 딸래미한테도 어서 빨리 씻으라고 화를 냈더니
"엄마 나한테 사과해!" "나 잘 못 한것도 없는데 나한테 갑자기 화냈잖아!"
너무나 맞는 말이지만, 난 이미 화가 났기에 아이 앞에서 계속 화를 내고 말았다.
다음 날 학교 끝나고 집에 올 시간인데 딸이 전화가 없었다.
내가 전화해서 어제 엄마가 화내서 엄마한테 전화 안하는거야 물어봤더니
"아니~ 난 어제 무슨 일 있었는지 다 까먹었는데?" 했다.
그러더니, 오늘 받아쓰기는 일단 100점이고, 수학은 3개 틀렸는데 5개 틀린 애들부터는 재시험이라며
지금 반팔입고 있는데도 너무 더워. 조잘조잘 잘 얘기해서 들어주는데 너무 사랑스러웠다.
시간 지났지만 꼭 사과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