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의 시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맞아서 인류가 얼마나 외롭게 고립되었는가에 대해 매우 자세하게 쓴 책이다.
책 값이 비싸길래 두꺼운가보다 짐작은 했는데, 전자책 다운받고 보니 900페이지가 넘어가서 깜짝 놀랐다.
다행히 절반정도는 참고문헌이였다.
나에게 책을 분류하는 제일 첫 기준은
나에게 불편한 책인가? 이거다.
그 기준으로 '고립의 시대'는 불편한 책이였다.
고개돌리고 싶은 현실을 마주하게 하는 책이였다.
한 동안 뉴스 안보려고 엄청 노력중인데
책이 마치 신문 정치사회면 보는 기분이여서 마음이 불편했다.
특히 책 초반부분이 정치가 어떻게 외로움이 파고드는지를 설명하는 부분이라 더욱 그랬고
고립과 외로움을 해결하는 방법은 결국 정치문제라는 결론이라 다 아는 얘기지만 마음이 무거웠다.
물론 개인적 차원에서 공동체회복을 위한 연대와 지지를 실천하는 방법도 아주 짧게 언급되긴 한다.
그 동안 고립이나 외로움에 대해서 제대로 생각해 본적이 없다.
내 주위엔 대부분 4인가족이고 원가족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대체적으로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만족해 하는 사람이 많다.
싱글인 젊은 후배들도 불필요한 회식이 없고 재택근무에 큰 만족을 하며 지낸다.
우리 네식구 똘똘 뭉쳐서 긴밀한 연결로 지난 2년을 보내왔고, 그 사이에 아이들이 사회적 경험이 축소되긴했지만,
뭐 그런것들은 무시될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한쪽 면만 생각 했음을 알게 되었다.
도시의 분주함과 부산함, 소음, 끝없이 쏟아지는 시각자극에 압도된 도시인은 이미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전에 심리적으로는 사실상 사회적 거리두기의 성향을 보였다. 우리는 헤드폰으로 귀를 덮고 선글라스를 쓰고 휴대전화를 보며 고립 상태에 파묻히는 방식으로 자기 자신만의 개인적인 보호막을 치고 길을 걷는다. <p.99>
이책은 목차만 훑어봐도 책의 흐름이 한눈에 느껴지는데, 내가 읽으면서 제일 놀랍다고 생각한 것은 9장이였다.
<9장 알렉사와 섹스 로봇만이 웃게 한다>
"친구, 우정, 공동체와의 접촉에 대한 요구에 대응하는 시장은 이제까지 보지 못한 규모로 커지고 있다.
기술적 발전은 동반자적 관계와 사랑의 형태를 완전히 바꿔버릴 것이다." <p.269>
미국에 있다는 포옹해주는 직업 커들러, AI를 친구로 인식하는 추세, 리얼돌 산업의 현재 등이 소개되는데
내가 몰랐던 이 세계와 시장이 너무 충격적이였다.
우리 아이들이 대면 의사소통 기술을 익히지 못하고 리얼돌과 사랑에 빠지는 미래를 상상하면
너무 무섭고 끔찍하다.
미래는 우리의 손에 달려있다고 하지만, 거대 자본주의와 정치역학 사이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 들지만, 그래도 정말로 희망을 갖고 싶다.
나 혼자 살다가 떠날 세상이 아니니까.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더 좋아졌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나의 하루를 잘 가꾸고 아이들을 잘 돌보고 주어진 내 일을 열심히 해야겠다.
그리고 언제나 내가 속한 공동체의 안녕을 바라며 연대와 지지를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