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긋기

당신이 옳다_정혜신

여름 날 2021. 11. 25. 22:24



지금 마음이 어때?
이 질문은 예전에 내가 상담 받을 때 자주 듣던 말인데
그때는 늘 저 질문이 너무 막연하게 느껴졌다.
내 마음이 어떤지 도무지 감이 안 잡혔다.

이 책은 2019년도에 사서 봤었는데.
내용이 전혀 기억에 남지 않았다.
이번에 다시 보려고 책을 찾아봤는데
분명히 종이 책을 사서 봤는데, 집에 없는 걸 보니
정리 해 버렸나보다.

북클럽에 있어서 다시 찾아 읽었다.
다시 읽으니 내가 읽긴 읽었군 하고 내용이 기억 났는데,
왜 2019년도의 나는 이책이 마음에 와 닿지 않았는지 알게 되었다.

공감이라는 주제를 내가 너무 어려워해서 였다.

특히 2019년도엔 너무 힘든 시기여서 그랬는지
공감따위 지금 생각할 여력 없다구! 이런 심정이였다.
그래서 내 안의 문제 해결을 위해 외부의 도움만을 찾아다녔던 것 같다.

책에 나오는 일상의 외주화라는 표현이 그때 내 상황과 딱 맞아떨어졌다.

심리학 책을 읽다보면 나에게 엄청난 위로가 되는 책이 있는 반면 날 혼내는 듯한 느낌에 매우 아픈 책이 있다.
나 스스로를 공감력이 매우 떨어지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이 더 많이 아프게 느껴졌다.
공감이란걸 막연하게 생각했고 괜한 거부감까지 가지면서 나를 방어하면서 읽다가 딱 만난 이 부분에서 마음이 스르르 풀렸다. 내 경험과 비슷하다고 느껴지는 지점에서 엄청나게 위로를 받으면서 그 이후로 이 책이 너무 잘 읽혀졌다.

내가 열두 살 때 7년간 암으로 투병하던 엄마가 세상을 떠났다. 어린 시절 내 기억은 결핍과 잿빛이었다. 세상으로부터 나만 고립된 것 같은 느낌들에 한없이 외로웠다. 젊은 아버지의 우울과 무기력을 실시간으로 실감하며 통과한 내 사춘기는 함께 아득했다. 그런 기억들 속에서 빚어진 우울과 콤플렉스들이 정신과 의사가 돼 누군가의 속마음을 듣는 중에 걸핏하면 내 의식으로 치고 올라왔다…..
내 상처가 공감받고 치유받지 못했던 시간 동안 내 직업은 발을 빼고 싶은 마음이 들 만큼 큰 고통이었다. 선배 의사에게 정신분석 상담을 받았던 몇 년의 시간이 도움이 됐지만 더 결정적인 건 상담실 카우치 위가 아닌 내 일상에서 그 시간의 백 배도 넘는 시간 동안 나의 스승이자 연인, 도반이고 반려인 남편에게 남김없이 공감받은 경험이었다. <p.185~186>

자신에 대한 공감이 먼저라는 문장마다 밑줄을 치게 되었다.

타인을 공감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는 공감까지 가는 길 굽이굽이마다 자신을 만나야 하는 숙제들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그 길은 문제를 해결하며 한고비 한고비 넘는 스무고개 같은 길이다. <p. 243>

내 삶이 역할놀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역할에 성실하려고 애쓰는 나에게 딱 들어 맞는 문장에도 밑줄

역할에 충실한 관계란 ‘모름지기 가장이란, 아빠란, 아들이란, 사위란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집단 사고에 충실한 삶이다. 역할 놀이 중인 삶이다. 이런 삶 이런 관계 속에서 상대가 누군지, 나는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없는 건 당연하다.<p.247>

타인을 공감하는 일보다 더 어려운 것은 자신을 공감하는 일이다. 자신이 공감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타인에게 공감하는 일은 감정 노동이든 아니든 공감하는 시늉이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자기를 공감하는 일은 시늉할 수 없다. 남들은 몰라도 자기를 속일 방법은 없다. 누구든 타인을 공감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문제가 자극돼 떠오르고 뒤섞이면 혼란에 빠진다. 그때의 혼란은 자기 치유와 내면의 성숙을 위한 통과 의례 같은 반가운 혼란이다. 어떤 종류이든 혼란은 힘들다. 에너지 소모가 극심해서다. 그럼에도 나에 대한 혼란은 반가운 손님이다. 꽃 본 듯 반겨야 한다. 그 혼란에 주목하고 집중해야 한다. <p. 274>

 

 

나는 지금까지 공감을 잘 들어주기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또 늘 내가 참을 성이 부족해서 타인의 얘기(주로 징징거린다고 생각되는)를 잘 들어주지 못한다고

그래서 나는 너무 이기적인 인간이라고도 생각했다.

책을 읽으면서, 다른 사람의 아픔이나 괴로움에 어떻게 위로하고 공감해 줘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했던 나의 그 마음들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 자신에 대한 공감과 내가 옳다는 확신을 더 갖아야 함을 또 한번 느꼈다.

내가 만나는 그 불편한 감정들 속에  성장을 위한 길이 있음을 믿고 용기를 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