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키우기/읽어주기

10월, 함께 읽은 책

여름 날 2021. 11. 10. 21:10


물려받은 지경사 세계문학 전집을 아이들에게 한권씩 읽어주고 있다.

전집이 공간을 너무 차지해서 다 읽고 정리하려고 읽어 주기로 했는데

총100권 한달에 한권이면 무려 100개월이 걸리네? 

 

10월엔 지난 달에 이어서 연속으로 배타고 떠나는 영국모험가 이야기를 골랐다.
나는 걸리버여행기는 동화책으로만 읽었고 이게 이렇게 긴 모험이야기라는 건 이번에 읽어주면서 처음 알았다.
(옆에서 같이 들었던 남편도 걸리버 여행기가 이런 얘기였어? 했다)

책의 표지 삽화처럼 걸리버가 소인국에 가서 겪는 일로만 기억되는 이 책이

실제로는 당시 영국사회에 대한 풍자를 담고 있다는 것도 이번에야 알았다.

집에 있는(우리 딸이 좋아하는 시리즈) 다른 아동용 책에도 걸리버  여행기는 소인국과 거인국 모험에서 끝이 난다.


모험 얘기는 내 취향이 아니기 때문에
책을 읽어주면서 난 많이 지루했지만 그럼에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많았다.
소인국의 이름이 릴리펏이였는데, 내가 아는 키즈까페의 이름을 왜 릴리펏으로 했는지 이해했다.
또 공중부양중인 섬의 이름이 라퓨타!
휴이넘과 야후등 우리가 쓰는 현재의 단어가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단어들이였다.
또 작가가 걸리버 여행기를 쓰던 시기에 이미 하멜표류기가 전해지고 난 후인지

일본으로 건너가 네덜란드 배를 타고 영국으로 돌아가는 장면도 나왔다.

실제 원서의 분량을 찾어보려고 검색을 하다가
작년에 책 읽어드립니다에 소개된 영상도 찾아서 매우 재밌게 봤다.

덕분에 지경사에서 나온 이 버전이 축약이지만 원본의 줄거리를 그대로 담고 있구나 싶었다.

 

아이들은 로빈슨 크루소가 더 재밌다고 평가했다.
그 생고생을 하고서도 또 모험을 떠나고 마는 걸리버를
우리 모두 이해 할 수 없었다.


내용이 너무 방대하고 생소한 지명 때문인지 읽어주는 동안 아이들은 서로 장난을 치고 집중을 잘 하지 않았다.

물론 장난치면서도 다 들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이들의 태도가 맘에 들지 않았다.

내가 책을 읽어주는 목적은 이야기가 주는 재미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늘 되새기지만,

내가 힘들게 읽어주는데 아이들이 집중해서 안듣는 상황에서 화가 나기도 했다.
그 화를 참으며 10월에도 수행(?)을 성공했다고 믿고 싶다.

끝으로 아이들이 열광하는 문제풀이 시간.
책 읽어준 나도 너무 어려운 문제였는데, 아이들은 문제 맞추기를 너무 좋아했다. 정답을 맞추고 의기양양하는 표정,

엄마에게 인정받고 싶은 열망이 너무 생생하게 느껴져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했다.
그냥 재미로 읽고 들어주었으면 해서 문제풀이 시간은 건너뛸까 싶어졌다.


연달아 영국아저씨 모험 이야기  읽은 김에

11월엔 프랑스 작가가 썼지만 주인공인 영국아저씨인 80일간의 세계일주를 읽어주기 시작했는데
이건 나도 재밌게 본거라 읽어주면서도 힘이 들지 않는다.

빨리 읽어주고 11월엔 2권 읽어주기에 도전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