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풍경_김형경/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_장명숙
지난 여름에 출간되어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된 책을 한권 읽으면서
내 안에서 오래도록 시기심이 느껴졌다. 남들은 즐겁게 잘만 읽은 책이라는데
나는 왜 이리 구질하게 징징댈까 싶었다.
책 후기를 써보기도 하고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도 봤지만
내 안의 시기심이 너무 선명하게 느껴져서 내가 왜 이러지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내가 어떤 감정에 사로 잡힐 때마다 자주 펼치는 책 김형경의 '사람풍경'의 시기심 부분을 다시 한번 읽었다.
타인이 가진것을 파괴하고 싶은 욕망_ 시기심
늘 질투심과 시기심을 구별하지 못하지만 이 책에서는 질투와 시기를 명확하게 구별해 준다.
그래서 내가 자주 느끼는 감정은 질투심보다는 주로 시기심임을 알게 됐고
그 밑 바닥 감정은 결핍임을 이해하게 되었다.
옥스포드 영어 사전에는 시기심이 "행복, 성공, 명성 등 가치 있는 것을 누리고 있는 사람의 우월함에 대해 불쾌감과 악의를 느끼는 것"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질투심이 세 사람 사이의 감정이며 그 심리적 배경이 '사랑받는 자로서의 자신감 없음'이라면, 시기심은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이며 그 심리적 배경은 '상대방이 가진 것이 내게 결핍되어 있다'고 느끼는 감정이다. <P. 147>
나는 무의식중에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주로 타인에 대한 외모칭찬인데 그걸 상대방 면전에서 대놓고 자주 했다.
정말 내가 상대방을 그렇게 느끼니까 나오는 말이지만 요즘엔 진심으로 부러움이 담긴 칭찬인걸 새삼 자주 느낀다.
또 반대로 이런 외모 칭찬을 내가 들을 때마다 예전엔 무척 기뻤지만, 요즘엔 상대방의 결핍까지 나에게 전달되어
매우 불편한 적도 있었다.
시기심이 가장 소극적으로 표출될 때는 타인이 가진 것에 대한 부러움과 칭찬의 형태로 나타난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프다, 타인의 불행은 나의행복, 넘어진 자 밟아 주고 절벽에 선 자 밀어주자 등 우리가 별다른 자의식 없이 사용하는속담이나 농담 배면에 있는 감정도 시기심이다.
시기심이 표출되는 강도가 조금 더 심해지면 타인에 대한 헐뜯기, 헛소문, 집단 따돌림, 쇼핑 중독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연예인에 대한 악성 루머나 로또 복권 당첨자들이 죽었다는 소문은 시기심이 표출되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그중 가장 불행한 형태는 자기보다 많이 가진 자의 소유물을 빼앗기 위해 타인을 살해하는 일이다. <P.148>
물론 내가 어떤 결핍이 있다고 해서 그것을 타인으로 부터 빼앗기 위해 타인을 위협하는 일이야 없겠지만
일상속에서 내 안의 시기심을 문득문득 마주할 때마다
이게 나에게 있는 결핍이구나 인정하고 수용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타인이 가진 것을 파괴하고 싶어 하는 시기심에는 정당한 근거도 수치심도 없다. 그것은 현실적 소유의 차이나 결핍에서 생기는 감정이 아니어서 합리적으로 설명되지도 않는다. 시기심 역시 무의식 저 깊은 곳에 뿌리를 두고 있는 감정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P. 150>
심리학책을 읽다보면 내 주양육자였던 엄마 탓을 하게 되는 지점이 온다.
나도 한동안 내 모든 문제를 다 엄마 탓으로 돌렸지만, 이젠 그 단계를 지나서
지나간 일은 그대로 흘려보내고 성인이 된 나는 어린 시절 힘들었던 나를 스스로 돌봐야 됨을 깨닫는 중이다.
엄마에게 생존의 전부를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아기는 기다리는 젖이 오지 않을 때 엄마가 가슴에 불룩하게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시기심을 느낀다. 그런 시기심은 성장하면서.. 형제와의 차별, 사회적 비교 등을 통해 강화된다.<P. 150>
내가 사들이는 물건들 (주로 옷, 신발)이 내 결핍을 채울 수 없다는 걸 알지만
내가 뭔가를 사고 싶은 욕구(쇼핑중독에 가까울지도)의 배경엔 나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결핍감이란
정말 생생히 체험하는 중이다. 언젠가 그 결핍감을 물건으로 채우지 않고 나 스스로 충분하다고 느끼는 지점이 오기를..
짐들을 정리하면서야 무의식이 얼마나 힘이 센지 알았을 것이다. 그 물건들은 내 필요가 아니라 내 결핍감이 원한 것이었고, 나의 욕망이 아니라 나의 시기심이 사들인 것이었다. .. 결핍감을 직면한 이후 그것이 거품처럼 사위는 것이 느껴지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었다.<P. 152>
끝으로 내가 시기심을 경계하고 극복해야 할 이유를 다시 한번 되새긴다.
누군가가 부러울때 그건 내 안의 결핍감이구나! 하고 통찰할 때
그리고 그 부분을 내가 스스로 인정하고 채워 나가려고 노력할 때
나는 조금더 나은 어른이 될 수 있다.
.....만약 시기심을 경계하지 않는다면 살인과 강도와 약탈이 일상적으로 벌어질 것이다. 시기심을 극복하는 데서 문명이 시작되듯이 개인의 정신도 시기심을 극복하는 데서 성장하기 시작한다.<P.153>
그래서..나에게 엄청난 시기심의 감정을 불러 온 그 책은 바로 이거였다.
출간되자마자 화제의 책으로 등장한 유튜버 밀라논나의 책
나도 밀라논나 유튭 애청자로서 반가운 마음에 책을 사서
단숨에 읽어버렸다.
그 시절에 겪은 워킹맘으로서의 고생
노년이 된 지금 봉사를 실천하면서 소박하게
살고 계시는 모습까지
딱 내 또래 여성들의 롤모델에 가까운 분이셨다.
오랜 경험을 통해 깨달은 바를
담담히 또 재미있게 풀어낸 책 내용은 정말 좋았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이 우리 엄마, 시어머니, 또 우리 이모, 고모 등등 그 연배의 내 주변 여성들과의 삶이랑 너무 대조적이여서 질투랄까? 조금 불편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우리 엄마는 작가님보다 어리지만
소설 ‘82년생 김지영’ 모친과 거의 비슷한 인생을 사셨다.
어떤 사람의 취향이랄까 안목은
자신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 볼 물리적 시간과
경제적인 여유가 뒷받침되었을때 갖게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에서나 유튜브에서나 할머니가 물려주신 그릇, 아버지가 입던 셔츠를 여전히 소중하게 다루면서 쓰시는 모습에서
묘하게 불편한 감정이 몰려왔다.
우리 엄마한테 저런걸 물려줄 할머니나 아버지가 없었다는 사실이 마음이 아팠다
난 이제서야 철이드는지..
소설속 드라마속의 대사가 이제야 이해가 된다.
“엄마 다음 세상에 꼭 내 딸로 태어나줘”
정말 다음 세상이 있다면 우리 엄마의 엄마가 되어
엄마의 재능 맘껏 발휘할 수 있게 잘 키워주고 싶다.
이제서야 인생이 조금 여유로워지신 엄마가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엄마에게 부자 부모가 없었다고 해서 우리 엄마의 인생을 고난 길이였다고
평가하고 판단해서 내가 엄마를 불쌍하게 여기는 이 마음.
그래서 나도 외갓집 덕을 못봤네 싶은 엄청난 결핍감을 체험했다.
그러나, 모두 부자부모가 있다고 해서 저렇게 열심히 살진 않았을 거고
노년에 자아성찰과 봉사를 실천하진 않을거니깐.
장명숙작가님은 정말 훌륭한 분은 맞고 내 노년의 롤모델로 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