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여름_김신회
잠이 안 오는 밤엔 아무튼 시리즈를 검색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 아무튼 여름을 발견했다.
밝고 상큼한 표지에도 마음이 홀렸고
내가 좋아하는 여름에 대한 글 모음이라 매우 기대하며
이 여름 밤을 보낼 책으로 안성맞춤이라는 생각도 했다.
전자책을 다운 받아두고는 일부러 읽지 않고 모셔두었다가
정말로 잠이 안오는 날에 펼쳐서 읽었다.
"왜 그렇게 여름이 좋냐는 질문 앞에서는 늘 대답이 궁해진다. 그렇지만 그냥, 이라고 얼버무리기에 여름은 그렇게 단순하게 넘겨버릴 게 아니어서 그럼 한번 써볼까, 했다. 마치 여름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처럼...
1년 내내 여름만 기다리며 사는 사람으로서 내 여름의 기억과 취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비슷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공감하고 싶었다"
더운 주말 낮에 집에서 곡 써머를 들으며 더운 여름을 좋아하는 나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작가의 바람대로 나는 대부분의 글에서 내 안의 남아 있는 여름에 대한 기억과 마주했다.
그 중에서 내가 특히 공감한 글은 '결핍으로 시작된 여행-여름휴가' 였다.
여기엔 여름휴가라는거 없이 친척집에서 며칠을 보내며 외롭고 지루하게 보낸 여름방학 얘기가 나온다.
"스무 살이 넘어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대부분의 사람이 여름이면 가족과 휴가를 간다는 것이었다.
... 아 나는 가족이랑 여름휴가라는 걸 한 번도 가본 적이 없구나"
"살면서 경함한 결핍은 그 사람 안에 평생 일정하게 남아 있다고 믿는다. 어린 시절부터 쌓인 결핍을 채우기 위해서는 어른이 된 내가 나서야 한다. 나라는 사람 안에 오랫동안 쌓여온 결핍은 오직 나만이 채울 수 있다"
그래서 성인이 된 이후로 어떻게든 여름휴가에 진심이 되었다는 글인데 매우 공감하면서 읽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24살의 나도 그랬던 것 같다.
요즘은 사계절마다 원하면(물론 스케줄이 허락하면) 휴가를 갈 수 있지만
그 시절에는 봄이나 가을엔 그렇게 길게 휴가를 쓰면 꽤나 눈치가 보였고 내가 아는 그 누구도
봄이나 가을에 일주일, 아니 3일도 휴가를 쓰지 않았다.
그래서 난 늘 여름을 기다렸고, 여름휴가만 생각하면 입가에 미소가 번질 만큼 신이 났다.
언제부터 이렇게 여름이 신이나게 좋았을까 더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봄 가을을 무지 타는 내 정서와 연결되어짐을 알았다.
아빠가 1월 추운 겨울에 돌아가셨고 어수선한 상황에서 살던 환경이 바뀌었고
바로 중학교에 입학했던 나는 그 낯설음에 적응하느라 꽤나 힘겨워했다.
세상아 제발 잠깐 멈춰줄래. 내가 지금 슬픈지 불안한지 외로운지 두려운지 그것 좀 알고 싶어.
내가 내 마음을 알아채고 돌봐줄 수 있도록 이 세상이 잠시 나를 위해 멈춰주길 간절히 바랐다.
그래서 어서 여름이 오길 여름방학이 와서 내가 쉴 수 있기를 기대했다.
94년도 여름방학은 너무너무 더웠고 나는 나를 위로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유난히 기억력에 자신있지만, 중학교 1학년때의 기억은 거의 나질 않는다. 그리고 그때 사진은 한장도 없다.
다만 그때 내가 가지고 있던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함과 두려움, 도망치고 싶은 마음 그 감정이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난다. 아니 아직도 그런 감정이 나에게 남아있다.
돌아보면 멀쩡하던 아이도 변하게 된다는 사춘기였다는걸 너무도 잘 알겠는데
그땐 사춘기를 단어로만 알고 있었고 내가 그런 시기에 진입했다는건 손발이 오글거려서 회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사춘기소녀 감성인것인가?
매년 나는 여름방학을 기다렸고 또 여름휴가기간을 기다렸다.
매년 여름휴가를 알차게 보내기 위한 거창한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휴가의 일분이라도 헛되이 보내고 싶지 않았다.
이제서야 내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 지금도 여전히 여름에 바라는 것이
온전한 휴식임을 깨달았다. 나는 늘 언제나 쉬고 싶다.
올 여름의 나의 휴식은 동해바다와 함께 였다.
이번 여름에도 강원도를 5번이나 다녀왔고.
지난 주에도 다녀왔다. 바다를 보면 무조건 입수하고 보는 남편과 아이들,
그걸 바라보면 혼자 멍하니 있는게 나의 휴가.
그렇게 아직도 덥네 여름이네! 주말에 또 바다 보러가야지 하면서 지냈는데 벌써 9월이라니
가는 여름 붙잡고 안 놔주고 싶지만 내년에 만날 여름을 기대하면서....
이젠 눈치보지 않고 가을휴가 겨울휴가 내고 자주자주 쉬면 되니까
쉬고 싶을 땐 언제든지 쉬기로 했다.
낮이 점점 짧아지고 햇볕은 매우 뜨겁지만 바람은 선선해지는 가을이 오면
또 가을앓이 한바탕 해야되지만, 대신 다시 꽃집에 가서 꽃을 살 수 있다.
초여름에 꽃 샀다가 너무 금세 시들어버려서 여름엔 꽃 사는걸 쉬었다가
이제 다시 매주 꽃집에 가는 계절이 시작되었다. 다시 내년 여름이 오기 전까지
꽃 보면서 휴식하기로.
감정적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던 금요일 퇴근 길
처음으로 2만원어치 샀다가 이리저리 꽂느라 애먹었던
끝으로 이번 여름이 내 인생에 어떤 전환점이 된 것 같은데.. 바로 방탄에 입덕한 것이다.
강원도를 수시로 다니면서 차에서 음악듣다가 저절로 팬이 되었다.
여름이 아니라도 앞으로 늘 나를 위로해줄 음악이 매우매우 많이 추가되어 행복하다.
아무튼 여름과 크게 상관없는 것 같은 독서후기+내 여름 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