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긋기

개성의 탄생

여름 날 2021. 7. 24. 11:35

개성의 탄생과 양육가설은 제목이 너무 유명해서 내가 이미 읽었을 것 같은 착각이 드는 책이다.
 



올해 읽었던 책중에 제일 많은 성찰을 하게 해 준 책을 꼽자면 책 "엄마의 독서"였는데 "개성의 탄생"이 엄마의 독서에 매우 인상적으로 언급되어서 읽고 싶어졌다.

개성의 탄생은 책 엄마의 독서에 이러한 소제목으로 소개된다.
'유전도 양육도 아닌 제3의 힘'

오랜만에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였고 또 오랜만에 갔으니 5권 꽉 채워서 대출해와서
다 읽느라 허덕이면서 앞으로 책은 사서 보거나,, 한번에 한권만 빌리자고 다짐했었다.

난 이 책을 꽤 힘겹게 읽었다.
내 기준에 이 책은 책상 앞에 바르게 앉아 공부하듯 읽어야 하는 책.
작가가 세운 가설과 기존의 수 많은 심리실험결과가 뒤엉킨 전개도 일단 버거웠는데,
작가는 또 이걸 추리소설처럼(?) 풀어내서 이게 무슨 소리야? 하는 문장도 여러번 만났다.

다 읽고 나서야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졌는데, 한번 더 훑어보고 싶었지만, 이미 대출연장 기한도 넘긴 상황이여서
바로 반납했다. 노트에 메모하면서 읽었는데 페이지 표시를 한 것도 있고 안한 것도 있고
책 내용에 내 생각까지 막 섞어서 적어놔서 정리하기가 만만치 않았지만.
이것만은 꼭 기억하고 싶은 것들만 정리해 본다.

나의 가설은 진화가 성격을 유연하게 만들어 아이들이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이득을 얻으며, 어른이 되어서도 보탬이 될 만한 행동 방식을 익히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생존과 번식 경제에서 우위를 제공하거나 불리한 점을 개선하도록 하는 적응성을 가정한다. <p. 82>

난 이 문장에 너무 마음에 들었다. 인간을 위한 진화라면 성격도 유연하게 진화되기를 바란다.
인생의 큰 어려움을 겪고서 더 성장해야되지 않나?(물론 성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왜 나약하게 트라우마에 빠져서 회피반응을 반복하고 점점 고립되어야 할까? 진화적 측면에서 도피반응이 생명연장에 더 유리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일리가 있기는 하지만, 나는 이 작가의 가설이 증명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존 발달심리학계 이론들(대체로 엄마가 잘해야 한다는 얘기들)을 싹 뒤집어 엎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양육가설을 쓰고 난 이후에 심리학계의 비주류로써 또 자가면역질환자로서 살아가는 작가의 상황에 이입됨).

나는 이 가설이 꼭 증명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후속 연구를 찾아보고 싶었는데
이미 2018년에 돌아가셨다는 걸 알고 매우 안타까워했다.

.. 정작 놀라우면서도 연구원들에게 크나큰 실망을 안겨 준 사실은 형제의 차이를 말해 주는 어떤 설명도 찾아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부모의 차별적인 행동은 형제의 유전적 차이와 관련이 있지, 형제의 비유전적 차이와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시 말해, 부모는 자녀의 유전적 차이에 대응하는 것일뿐, 자녀의 차이를 유발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연구 결과 드러났다.

활동적인 아이일수록 조용한 아이보다 엄하게 훈육할 공산이 크다. 성미가 까다로운 아이를 붙임성 있는 아이와 똑같이 대하지는 않는다. 유전적 성향이 아이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아이를 대하는 부모의 행동은 이런 아이들의 행동에 대한 대응인 측면이 있다. 나는 이러한 대응을 자식에게서 부모로 이어지는 영향이라고 부른다<p.135>


아 맞아!! 맞아! 꼭 내 탓이 아니지. 물론 그런 유전자를 물려준건 내 탓이지만,
까다로운 아이를 대할 때 짜증이 밀려오는건 내 탓이 아니야. 그리고 아이탓도 아니야.. 그냥 그렇게 태어난거지. 그런데, 예민하게 태어난 아이에게 응대하느라 짜증이 솟구치고 그래서 애도 더 예민해지는 악순환에 빠질땐 어떻게 해야할까.. 그럴 땐 또 저 수많은 엄마역할 자기계발서와 금쪽이의 도움을 받아야하는건가.

출생 순서의 영향은 실재적이다. 가족 내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형제들은 부모이 관심을 끌기 위해 서로 경쟁한다. 형은 동생을 보살피기도 하고 부려 먹기도 한다. 부모는 맏이와 지차를, 그리과 형과 동생을 다르게 대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용케 이것을 알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은 가족 내에서 오랫동안 지속되며, 형제가 있는 아이들에게 어린 시절 가정에서의 경험으로 가슴 깊이 각인된다. 이런 기억은 평생토록 사람들의 뇌리에 남는다.<p.172>

그러나 원가족의 영향은 우리에게 깊이 기억될 뿐이지만,
환경의 차이는 .. 형제간의 성격차이를 설명해주지 못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맏이는 이렇고 막내는 저렇다라고 우리가 아는 출생순서에 대한 통념은 가족내에서만 영향을 미칠뿐
가정에서 공격적인 첫째가 사회에 나가서도 꼭 공격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추리소설처럼 성격형성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들을 제거하면서 결론에 도달하는 구성이다.
우리는 왜 저마다 다를까?
그건 꼭 유전적, 환경적 이유 때문이 아니야. 왜냐하면, 유전적으로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들도 성격이 다르잖아! 
(그렇다. 우리 사촌오빠들 쌍둥이들 같은 유전자지만 성격 매우 다르고 내 손윗시누 두분도 일란성 쌍둥이지만, 성격이 매우 다르다. 같은 유전자 같은 부모밑에서 자랐음에도)

그럼 이유는 다른데에서 찾아야지
우리가 저 마다 다른 이유는 우리가 성격이 다른 이유는.
바로 관계체계, 사회화체계 지위체계때문이야. 라고 책은 설명한다.
(특히 지위체계에 대한 부분을 강조한 것으로 나는 이해했다.

인간은 부모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그들의 교류하는 모든 개개인을 상대로 마음의 작동모델을 구축하며
관계체계는 우리가 사회화를 겪으면서 타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고,
지위체계는 자아에 대한 정보 수집에 대한 것이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배워야 할 중요한 것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자기 자신이 어떤 부류인가 하는 점이다.
자신의 덩치가 큰가 작은가? 힘이 센가 약한가? 빠른가 느린가?똑똑한가 멍청한가? 예쁜가 평범한가? 이런 정보가 없이는 타인을 지배할지 그냥 싸우지 않고 굴복할지, 제안을 할지 아니면 타인의 제안을 따를지 더 나은 기회를 기다리며 잠정적인 배우자들을 거절할지 아니면 오는 대로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일지를 결정할 수 있는 토대가 없다. <p.314>

어린시절과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젊은이들은 나중에 커서 자신의 경쟁자가 될 타인과 자신이 어떻게 비교되는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행동에 장기적인 수정을 가한다. <p.315>

지위체계 역시 자료를 수집하고 통계를 낸다. 중요한 것은 여러분의 부모가 해주는 말(그들은 여러분이 멋지다고 여길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어쨌단 말인가?) 여러분의 형제가 해주는 말(놀리기만 한다)이나 여러분의 가장 친한 친구가 해주는 말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일반화된 타자가 여러분을 어떻게 보느냐는 것이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타자의 시선이 더 정확하고, 그때문에 어느 한 개인의 의견보다 더 큰 예언적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p.332>

일반화된 타자가 여러분을 보는 시각은 엄마가 여러분을 보는 시각과 같지는 않다.
엄마라고 해서 언제나 제일 잘 아는 것은 아니다.<p.350>


가족이 아는 나의 성격과 사회생활에서의 내 성격은 너무 다르다.
우리 엄마가 알고 있는 것은 딱 내 절반의 성격이 뿐
더불어 내가 알수 있는 내 아이들의 성격도 딱 절반 일뿐.
집에 함께 있지 않은 그 시간동안의 아이들의 모습을 나는 알 수 없다.
늘 얘는 이런 성격이야 집에서도 이러니 밖에서도 저렇겠지. 하면서 수없이 많은 걱정과 고민을 했었다.

인생에서 어떤 임의의 사건을 겪어서 성격이 180도로 변할 수도 있고 평생 저럴수도 있고
내가 무한의 사랑으로 키워도(불가능하지만) 내가 아무리 멋지고 예쁘다고 말해줘도
나는 아이들에게 일반화된 타자가 될수 없으니 내 말의 영향력은 점점 낮아지게 될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런 생각도 해봤다.
아이가 자라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사회적 관계속에서 좀 더 우월한 지위체계를 갖도록
더 똑똑하게 더 덩치가 크게, 빠르게, 멋지게..예쁘게 키우면 되겠군!

그런데 내 노력으로 해결 할 수 없이 이미 타고난 것들이 많으니,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높은 자존감이 필요하겠군, 그럼 자존감은 또 어떻게 올리지?
엄마의 사랑과 배려?? 이렇게 해답없이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질문에 답을 못 찾았지만
결론은 그 모든걸 내가 해 줄 수 없다! 라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정성을 대해서 키워도 아이들이 세상에 나아가 만나는 수많은 관계에서의 일들을 내가 모두 통제 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역시 가장 위대한 부모는 오직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주고 바라봐주는 것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책의 마무리 부분에서 작가는 지위체계의 경쟁을 분업으로 연결시켜 유일한 나를 만드는 개성의 탄생으로 결론 짓는다.
 
그러므로 지위체계는 타인이 제공하는 사회적 단서 속에서 자기인식을 추구한다. 그런 다음 이렇게 모은 정보를 이용하여 노력하면 승산이 있는 분야라면 직접적인 경쟁을 유도하고 그 밖의 분야는 가능하면 경쟁을 피하고 보는 장기적인 전략을 꾀한다. 그리하여 개개인은 임자가 없는 틈새 분야를 찾게 된다. 각기 다른 분야를 전문화하는 것이다.<p359>
 
나는 이 책을 계기로 지금까지 정말 열심히 읽어왔던 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분야의 책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둘 수 있게 되었다.(물론 책 엄마의 독서의 영향이기도 하다. 정아은작가님이 책에서 고백한 똑같은 과정을 거침)
또한, 지금까지 나 스스로를 집단이나 조직에 매우 적합한 유형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점점 내가 왜 사회생활에 큰 어려움을 만나는지 알게 되기도 했다.
나의 사회화체계는 이미 예전에 완성되었고 더 이상 남들과 같아지고 싶은 열정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에
깊이 공감되었다.
 
지금까지 내가 해 왔던,
난 장녀라서 너무 큰 책임을 떠 안고 자라서 그래
엄마가 나에게 너무 큰 기대를 했어.
엄마가 나를 이렇게 키웠어.
내 안에는 아직 어린 아이가 있어.
이런 엄마 탓 이제 정말 안해도 될 것 같다.

예민한 것은 타고난 내 성격이였고
갑작스런 사건을 만나 더 강화되었을 뿐이다.

그러나 나는 이제 조금씩 이런 걸 인지했다고 해서
내일부터 다르게 살거야! 라는 다짐을 하진 않을 것이다.
 
그냥 아 내가 그랬구나 하고 수용할 뿐이다.
이렇게 유일한 내가 완성되어 가는 과정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