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키우기/읽어주기

초등학생을 위한 세계명작 1~5 _ 02. 소공녀 세라

여름 날 2021. 2. 23. 22:19

어느날 갑자기 아이들에게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를 읽어주고 싶었다.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는 내가 최초로 읽은 장편으로 기억된다.

초등학교 3학년때 학급문고에서 내가 고른 책이었는데

그림도 거의 없고 그 당시 나에게는 꽤 두꺼운 책이었다.

그때 나는 향수병이란 걸 도무지 상상할 수가 없었는데, 고향을 그리워 하는 마음때문에

몽유병에 걸린 하이디의 슬픔과 그리움에 공감했던 것 같다. 그리고 몽유병에 걸린 것으로 밝혀지기 전까지

저택에 유령이 나온다는 줄거리를 읽을 때, 정말정말 무서워했던 기억이 난다.

자면서도 걸어다닐 수 있고 자기가 그렇게 돌아다닌다는 사실도 기억 못하는 몽유병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어서

충격을 받기도했다. 그 어린 하이디가 얼마나 집에 가고 싶었으면 그런 무서운 마음의 병에 걸린 걸까? 

이런 생각을 했던 9살의 내가 지금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초등학교 3학년의 나에게 하이디는, 향수병, 그리움, 몽유병, 두려움으로 기억되었지만,

우리 아이들에겐 몽유병에 대한 두려움보다 자연과 함께 하는 삶, 가족애로 기억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책을 골랐다.

늘 가는 인터넷 서점사 사이트에서 책 제목을 검색했더니, 이 시리즈가 검색되었고, 마침 1~5권의 구성도 쏙 마음에 들어서 바로 샀다. 1~5권은 딱 내 취향이자 딸 아이 취향이었지만, 아들의 감수성(?) 개발을 위해서도 적절한 책 구성이라고 생각해보기도 했다. 책을 받자마자 일본어판 번역본이라 괜히 샀다 싶었지만, 이 시리즈를 15권까지 사버렸다는.

 

 

 

 

 

 

 

 

 

저 5권중에서 내가 읽고 싶고 좋아하는 순서를 고르라면,

빨간 머리앤> 알프스 소녀 하이디> 소공녀 세라>작은 아씨들>오즈의 마법사 

 

우리 아이들은 나와는 조금 다른 순서로 골랐다.

소공녀 세라> 알프스 소녀 하이디 > 작은 아씨들> 빨간 머리앤> 오즈의 마법사

 

매일 저녁 3챕터씩 읽어줬지만, 늘 더 읽자고 졸라서 거의 2일만에 다 읽어 주기도 했다.

오래 걸려도 3일이면 끝냈지만, 중간에 다른 것도 읽어주느라 5권을 다 읽어주는데는 2주쯤 걸린 것 같다.

 

1. 소공녀 세라

다시 읽는 소공녀 세라, 의식의 흐름에 따른 마구잡이 독후감이 될 같다.

 

5권의 책 표지중에서 딸 아이의 마음에 제일 끌리던 주인공은 세라였나보다.

그래서 우리는 소공녀 세라를 제일 먼저 읽었다.

 

어렸을 때 나는 소공녀 세라를 얇은 동화책으로 봤다. 집에 동화책 전집이 출판사별로 여러권 있어서

소공녀 세라를 3권쯤 다른 그림책으로 본 기억이 있다. 그리고 초등학교땐 비디오로 여러번 봤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 아이들에게 읽어주면서 다시 읽다보니 옛날의 그림책의 그림들까지 기억이 났다.

 

이번에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은 소공녀 세라와 비밀의 화원의 작가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다시 소공녀를 읽으며 어린 시절에 내가 인지하지 못한 제국주의를  만나기도 했다.(책 줄거리와 전혀 상관없음)

어린 시절의 나는 왜 세라가 인도에 살다가 영국에 오게 된 건지 인도나 영국은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

알지 못했다. 또 비밀의 화원의 시작도 주인공 여자아이가 인도에서 영국에 돌아오는 장면으로 시작된다.(최근에 걸클래식판 읽다가 포기)  소공녀 세라와는 아무 상관없지만, 읽는 내내 80일간의 세계일주가 떠 오르기도 했다. 책 80일간의 세계일주(작년에 갑자기 읽고 싶어서 읽어버린..)의 시작도 영국이다. 영국에서 출발해서 인도, 일본, 미국을 거쳐 다시 영국으로 돌아오는 줄거리다. 19세기 영국과 인도의 지명이 언급되어서 인지 나는 왜 애들에게 일본에서 편역한 책의 번역본을 애들에게 읽어주고 있는가? 하는 괜한 자괴감까지 들었다.

 

아이들은 이 책을 매우 재밌어했고 좋아했다. 소녀소녀한 그림이 대부분인 책이지만, 아들도 재미있게 들어주었다.

(소공녀 책의 제목도 줄거리도 모르는 남편도 매우 재밌게 들어 주었다.)

또 반전이 명확하게 있어서 뒷 내용을 매우 궁금해했다. 절반만 읽고 다음 날 읽어주기로 했는데

아들은 혼자서 뒷 부분을 다 읽어버리기도 했다.

 

딸은 책 초반에 세라가 기숙학교에 들어가면서 아빠가 옷이랑 인형의 옷을 많이 사주는 걸로 묘사되는데

그 부분을 매우 좋아했다. 옷을 많이 가지고 있는 세라를 부러워했다.

또 아이들은 하녀인 베티의 신세를 이해하지 못 했다. 같은 또래인데 누구는 예쁜 옷을 입고 공부하고

누구는 항상 배고픈 채로 일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부당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중간에 빈부격차와 신분제도를 설명해 주기도 했다.

 

책 마틸다의 영향으로 교장선생님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던 아이들에게(영화 마틸다까지 봐버림)

소공녀에 나오는 민친교장선생님까지 더해져서 여자교장선생님에 대한 기억이 더 확고해지기도 했다.

 

세라가 유산을 되찾아 다시 부자가 되어 베티를 데리고 떠나는 행복한 결말이라 온 가족이 행복했다.

 

책을 다 읽어주고 어릴 때 봤던 영화가 생각나서 검색하다가 내가 본 버전보다 더 나중에 나온  영화 소공녀를 찾아서 

온 가족이 같이 봤다. 

우리 딸은 책에서 묘사된 세라를 엄청 예쁘게 생각했는데, 영화 속 인물이 자기 기대에 못미쳐서 매우 실망했고

드레스라도 화려하게 입고 나왔어야했는데, 영화에선 여자애들이 단체로 교복차림으로 출연해서 더욱 실망했다.

소공녀 줄거리도 몰랐던 남편은 매우 인상깊게 영화를 보고 매우 감동 했다.(영화에서 아빠가 안 죽어서..)

그 여운이 남아서 이것저것 검색을 해봤는지, 다음 날 출근 한 남편이 나에게 이런 카톡을 보내기도 했다. 

 

 

 



딸은 도서관에 가서 다른 버전의 소공녀 세라를 빌려서 혼자서 읽었는데,

지금까지 읽었던 책 중에서(혼자 읽은 것으로는) 아마도 제일 두꺼운 책으로 

기억 될 것 같다.  옆에서 두가지 버전을 비교해서 읽는 책을 지켜봤는데,

딸에게는 어느 책 어느 부분에서 세라를 얼마나 더 예쁘게 그림으로 그려놨는지가 젤 중요해 보이기도 했다.

(예쁘다는 거에 기준이나 이미지를 너무 확고하게 가지고 있어서 나는 미리부터 딸의 외모 지상주의를 걱정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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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명작문학 전집이 너무 깨끗하게 꽂혀있길래 아들 보라고 올리버트위스터도 같이 빌려왔다.

마틸다가 좋아하는 디킨스라며 아들에게 디킨스의 소설을 소개해 줬다. 아들이 매우 재밌게 읽어주어서 뿌듯했는데

아들은 교수형이란 단어에 두려움을 느껴서 책을 덮으면서 내내 교수형에 대한 얘기를 하며 무서워했다.

 

아들은 혼자 읽었고 나중에 딸에게 읽어줄 때 보니, 어려운 단어가 엄청 많이 나왔는데, 아들이 이걸 잘 소화했나 싶었다.

아이들 읽기 편하게 잘 편집되어 있어서 앞으로 이 시리즈를 빌려서 읽어줘야겠다 다짐했지만,

이미 딸 아이는 내가 사서 읽어준 일본판 삽화에 홀딱 빠진 상태